아즈사 타고 고부치자와부터 하쿠슈 모노즈쿠리 투어, 유료 시음까지
이번 도쿄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일정 중 하나였던 산토리 하쿠슈 증류소.
이전에 야마자키 증류소도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두 증류소를 비교하면서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는 길이 쉽다고 할 수는 없지만,
풍경 좋고, 숲 좋고, 위스키 좋고, 투어도 재미있어서 충분히 갈 만했다.
특히 도쿄 여행을 여러 번 해서 시내 관광이 조금 질렸거나,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하루 정도 빼서 다녀오기 정말 괜찮은 곳이었다.
신주쿠에서 특급 아즈사를 타고 고부치자와로

하쿠슈 증류소에 가기 위해 서는 일단 신주쿠에서 특급 아즈사(あずさ)를 타고 고부치자와역까지 이동했다.
전광판에 보이는 特急 あずさ가 바로 아즈사 특급.
이번 하쿠슈 일정 때문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도쿄를 벗어나 산 쪽으로 꽤 멀리 이동해봤는데, 확실히 신주쿠에서 출발할 때부터 평소 도쿄 여행과는 느낌이 달랐다.

출발하기 전 아즈사 열차.
열차 자체도 깔끔하고 좌석도 편해서 생각보다 이동이 힘들지는 않았다.

조금 달리다 보면 창밖 풍경도 완전히 달라진다.
도쿄의 빽빽한 건물들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 산과 작은 마을, 농지가 계속 보이기 시작한다.
하쿠슈 가는 날 날씨도 좋아서 그냥 기차 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고부치자와역 도착, 일단 소바부터

역에 도착해서 바로 하쿠슈로 가지 않고 먼저 점심을 먹었다.
역 2층에 있는 소바집인데 식권 자판기 방식이다.
소바, 우동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내가 고른 건 왼쪽 위에 있는
山賊そば(산조쿠 소바) 790엔.

처음 받았을 때생각보다 닭튀김이 엄청 커서 놀랐다 ㅋㅋ
그냥 작은 가라아게 몇 조각 정도일 줄 알았는데 거의 닭다리 하나를 통째로 튀겨놓은 느낌이었다.
튀김 자체에도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어서 그냥 먹어도 맛있었고, 소바 국물이랑 같이 먹으니까 꽤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 고부치자와 도착해서 간단하게 먹기에는 상당히 괜찮았다.
고부치자와역 전망대

밥 먹고 고부치자와역 3층 전망 공간에도 잠깐 올라가봤다.
사진으로 봐도 그렇지만 주변이 진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신주쿠에서 기차 타고 온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완전히 다른 지역에 온 느낌.
하쿠슈 증류소가 왜 '숲속 증류소' 느낌을 강조하는지 여기서부터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고부치자와역에서 왼쪽 방향으로 나오면 하쿠슈 증류소행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표지판에 시간표가 붙어 있고 QR코드도 있어서 휴대폰으로 가는 편 / 돌아오는 편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안내에는 목적지까지 약 20분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타보니 체감상 1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예약자 우선 탑승이니 투어 예약이 있다면 예약 시간에 맞춰 여유 있게 가는 게 좋다.
드디어 하쿠슈 증류소 도착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풍경.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냥 위스키 증류소에 왔다기보다 산속 휴양지에 온 느낌이 강했다.

입구에는
SUNTORY 白州の森
SUNTORY Hakushu Sanctuary
라고 적혀 있다.

한쪽에는 하쿠슈 증류소와 산토리 천연수 로고가 같이 있다.
하쿠슈 위스키뿐만 아니라 이곳에 산토리 천연수 미나미알프스 하쿠슈 공장도 같이 있다.
입장부터 증류소까지도 숲길이다
처음 입구 건물에 들어가면 안쪽에 기념품 같은 것도 보여서 순간 여기서 사는 건가 싶었는데 실제 기념품샵은 안쪽에 따로 있다.
먼저 예약 확인을 하고 목걸이 형태의 입장증을 받은 뒤 2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옆으로 연결된 Bird Bridge를 건너간다.
여기부터 분위기가 진짜 좋다.

다리를 지나면 이런 숲길이 시작된다.
이 길을 대략 5분 정도 걸어가면 하쿠슈 박물관과 기념품샵, 투어 관련 시설이 나온다.
증류소 안에서 이렇게 숲을 걸어 다니는 경험 자체가 하쿠슈만의 특징인 것 같다.

중간에 있던 안내 지도.
사진 기준 주요 시설은
- 1번 Visitor Center
- 2번 Bird Bridge
- 3번 Bird Sanctuary
- 4번 Suntory Museum of Whisky
- 5번 Hakushu Terrace
- 6번 Central House
구조다.
기념품 구매나 유료 시음을 하게 되는 곳도 6번 Central House 쪽이다.

증류소 부지 안인데 그냥 산책로 같다 ㅋㅋ
나무가 엄청 빽빽하고 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하쿠슈 모노즈쿠리 투어
이번에 참여한 건 3,000엔짜리 하쿠슈 모노즈쿠리 투어.
내부에서는 투어를 따라가느라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다.

발효조 구간.
여기서 이전에 갔던 야마자키 증류소와 꽤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야마자키에서는 매싱 과정부터 건물 안에 들어가는 순간 '아, 야마자키 냄새다' 싶은 특유의 향이 상당히 강하게 났었다.
그런데 하쿠슈는 제조공정 초반에는 내가 알고 있던 하쿠슈 특유의 향보다는 그냥 보리가 발효되는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물론 향이라는 게 워낙 개인차가 큰 부분이라 그냥 내가 두 군데를 직접 가보고 느낀 차이 정도다.
실제로 보니 엄청 컸던 펀천 캐스크

투어 중간에 Puncheon 480L 캐스크도 볼 수 있었다.
책이나 사진으로 볼 때는 그냥 '조금 큰 오크통이구나' 정도였는데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엄청 크다 ㅋㅋ
사람 옆에 놓고 보면 일반적인 배럴하고 크기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하쿠슈 숙성고

이후 숙성고로 이동.
야마자키에서는 숙성고 안에서도 조금 더 이곳저곳을 둘러봤던 기억이 있는데 하쿠슈는 사진에 보이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정도였다.
그래서 숙성고를 구경하는 규모 자체는 야마자키 쪽이 조금 더 볼 게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었
던 건 향이었다.
앞쪽 제조공정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하쿠슈 특유의 향'이 숙성고에 들어오니까 갑자기 확 느껴졌다.
야마자키는 매싱부터 숙성고까지 계속 야마자키 특유의 향이 따라오는 느낌이었다면,
하쿠슈는 제조공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가 숙성고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내가 알고 있는 하쿠슈의 향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이게 개인적으로 두 증류소를 비교하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투어 마지막, Bar Hakushu에서 시음

투어를 마치면 기념품샵과 연결되어 있는 Bar Hakushu에서 시음을 진행한다.
여기서부터가 또 재미있다 ㅋㅋ

모노즈쿠리 투어에서는 대략 이런 순서로 시음했다.
라이트 피티드 원주 → 피티드 원주 → 스패니시 오크 원주 → 하쿠슈 DR → 하쿠슈 DR 하이볼
나는 원래 피트 계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음하면서 취향 차이가 꽤 확실하게 느껴졌다.
1. Lightly Peated Malt Whisky
첫 번째는 라이트 피트.
나는 피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건 생각보다 괜찮았다.
피트가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앞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은 아니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시음하는 키몰트들은 50% ABV라서 일반적인 하쿠슈 43%보다 확실히 맛과 향이 조금 더 진하게 들어오는 느낌이 있었다.
이 부분은 꽤 좋았다.
2. Peated Malt Whisky
두 번째는 제대로 피티드.
이건 내 취향은 아니었다 ㅋㅋ
개인적으로는 탈리스커에서 짠맛과 단맛을 조금 걷어내고 피트만 확 강조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피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먹을 것 같은데 나는 원래 피트 자체를 선호하지 않아서 가장 취향에서 멀었다.
3. Spanish Oak Cask Malt Whisky
세 번째는 스패니시 오크.
이게 상당히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마셨던 하쿠슈 Bittersweet Edition을 연상시키는 달달함과 탄닌감이 있었고,
50% 도수에서 오는 진한 맛까지 더해져서 세 가지 키몰트 중에서는 가장 취향이었다.
하쿠슈 DR과 하이볼
키몰트 시음이 끝나면 하쿠슈 DR을 니트로 마셔보고,
마지막에는 직접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다.
하쿠슈가 원래 가지고 있는 청량한 느낌이 하이볼이랑 잘 맞아서 이것도 맛있었다.
투어의 마무리로 상당히 괜찮은 구성.
모노즈쿠리 투어 참가자 구매 혜택
시음이 끝나고 나면 모노즈쿠리 투어 참가자용 구매 기회가 있다.
내가 갔을 당시에는 정해진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서 정가로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었고,
하쿠슈 12년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초록색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것과 별도로 하쿠슈 증류소 한정판(Distillery Exclusive)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었다.
나는 최종적으로
하쿠슈 DR + 하쿠슈 Distillery Exclusive
이렇게 두 병을 구매했다.
※ 이런 구매 조건이나 수량 제한은 방문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일반 방문객에게는 인질 세트


유료 투어 참가자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는 단품 구매보다는 다른 상품과 묶인 세트 형태로 판매되고 있었다.
일명 인질 세트 ㅋㅋ
하쿠슈만 사고 싶어도 다른 상품이 같이 묶여 있는 형태이다
기념품 구매 후 유료 시음으로
기념품까지 사고 나서는 바로 유료 시음 공간으로 이동했다.

메뉴에는 하쿠슈 관련 시음 세트가 따로 있다.
하쿠슈 12년 구성 원주 체감 세트
- White Oak Cask
- Spanish Oak Cask
- Peated
각 10ml, 1,200엔
그리고
하쿠슈 숙성 체감 세트
- 하쿠슈 DR
- 하쿠슈 12년
- 하쿠슈 18년
각 10ml, 1,900엔
가격만 보면 상당히 괜찮다.
특히 18년까지 들어가 있으니 여러 숙성연수를 한 번에 비교하기 좋다.
야마자키에서 못 봤던 고숙성 세트도 생겼다

예전에 야마자키 증류소 갔을 때는 못 봤던 메뉴가 몇 개 추가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고숙성 제품을 각각 30ml씩 주문해서 마시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야마자키 25년 + 하쿠슈 25년 + 히비키 30년
을 각각 10ml씩 마실 수 있는 고숙성 체험 세트가 생겨 있었다.
가격은 25,400엔.
한 잔 가격만 보면 미친 가격인데 ㅋㅋ
이 세 병의 현재 가격을 생각하면 증류소에서 한 번씩 맛보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재미있는 메뉴다.
그리고 히비키 100주년 에디션도 따로 시음할 수 있었다.
Bar Hakushu 분위기가 진짜 좋다

여기는 공간 자체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층고가 높고 바가 넓게 펼쳐져 있는데,
무엇보다 큰 창문 밖으로 하쿠슈의 숲이 그대로 보인다.
그냥 위스키 바가 아니라 숲속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느낌.
야마자키의 시음 공간과는 또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서 개인적으로 하쿠슈 쪽 공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하쿠슈 DR / 12년 / 18년 비교

일단 하쿠슈 숙성 체감 세트부터 주문했다.
왼쪽부터
하쿠슈 DR → 하쿠슈 12년 → 하쿠슈 18년
순서.
세 잔을 바로 옆에 놓고 마셔보니까 차이가 훨씬 잘 느껴진다.
내 개인적인 취향을 기준으로 하면
하쿠슈 18년 > 하쿠슈 DR > 하쿠슈 12년
순이었다.
하쿠슈 12년
나한테는 생각보다 애매했다.
DR보다 피트향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고, 그 피트 때문에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하쿠슈의 청량하고 산뜻한 느낌이 조금 가려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애초에 피트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
피트 계열을 좋아한다면 평가는 완전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하쿠슈 18년
하쿠슈 18년은 꽤 좋았다.
예전에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야마자키 18년을 처음 마셨을 때 받은 충격적인 감동까지는 아니었지만,
하쿠슈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하나씩 조금 더 강화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피트도 너무 지나치지 않았고,
하쿠슈 특유의 청량한 느낌과 숲을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비교적 잘 살아 있었다.
피트를 싫어하는 나도 18년은 꽤 편하게 마셨다.
그리고 히비키 100주년 에디션

추가로 주문한 히비키 100주년 에디션.
이날 마신 것 중에서는 그냥 압도적으로 이게 제일 좋았다.
내 개인적인 순위를 굳이 적으면
히비키 100주년 >>>>>>>>>> 하쿠슈 18년 > 하쿠슈 DR > 하쿠슈 12년
정도 ㅋㅋㅋㅋ
진짜 차이가 많이 났다.
히비키 100주년 에디션 맛
이건 평소 알고 있던 히비키와도 조금 느낌이 달랐다.
첫 모금을 입에 머금으면 먼저 진한 나무 향과 묵직한 숙성감이 확 들어온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예전에 마신 야마자키 18년보다도 첫 순간의 나무 향이나 농도가 더 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조금 지나면,
처음의 묵직한 느낌 뒤에서 히비키 특유의 꽃 같은 향과 달콤함이 천천히 올라온다.
처음과 중간, 끝의 느낌이 계속 변해서 상당히 재미있었다.
'히비키니까 부드럽고 달달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오히려 잘 숙성된 싱글몰트를 마시는 것 같은 진한 느낌이 들어와서 예상 밖이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다시 히비키다운 플로럴함과 단맛이 살아난다.
이건 진짜...
원가에 살 기회가 있으면 고민 안 하고 바로 사고 싶은 맛이었다.
이번 하쿠슈 방문에서 마신 위스키 중에서는 단연 가장 기억에 남았다.
물론 이것도 전부 내 취향 기준이다 ㅋㅋ
다시 고부치자와역으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고부치자와역으로 돌아왔다.
갈 때는 날씨가 그렇게 좋았는데 돌아올 때는 산 쪽에 구름이 꽤 많이 끼어 있었다.
하쿠슈가 산 쪽에 있어서 그런지 하루 사이에도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이제 다시 아즈사를 타고 도쿄로 복귀.
하쿠슈 증류소 후기
솔직히 접근성만 보면 편한 곳은 아니다.
도쿄에서 신주쿠까지 이동하고,
신주쿠에서 특급 아즈사를 타고 고부치자와까지 가고,
거기서 또 무료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왕복하면 이동시간도 꽤 길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 과정까지 포함해서 재미있었다.
기차를 타고 산 쪽으로 들어가면서 풍경이 점점 바뀌는 것도 좋았고,
고부치자와의 산 풍경,
하쿠슈의 숲,
증류소 투어,
그리고 마지막 Bar Hakushu에서의 시음까지 하루 일정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전에 갔던 야마자키와 비교하면,
야마자키는 '위스키 증류소를 견학한다'는 느낌이 조금 더 강했고
하쿠슈는 '산속에 있는 숲과 증류소를 함께 경험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위스키 제조공정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야마자키 쪽이 조금 더 볼거리가 많았지만,
장소가 가진 분위기나 풍경까지 포함하면 하쿠슈도 확실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모노즈쿠리 투어도 추첨이 생각보다 잘된다.
도쿄 여행 일정에 하루 정도 여유가 있고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신청해보는 걸 추천한다.
나는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ㅋㅋ